때 이른 더위, 때 이른 장마… 이제는 열대야도 때 없이 찾아온다.

잠이 들었다가도 이내 더워지는 느낌에 깨어보면 에어컨은 꺼져 있고, 창문을 열어도 혹한의 추위가 있다면 혹서(酷暑)의 더위만 가득할 뿐이다. 날씨예보의 한반도 지도는 온통 빨간색이고 제대로 된 빨간 맛의 더위를 지내고 있다. 이쯤이면 길고 긴 한 여름밤과 잘 지내볼 슬기로운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다.

갑천이나 엑스포시민광장에 나가보면 산책을 즐기거나 더위를 피해 야외로 나온 사람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아스팔트, 콘크리트가 하루종일 받았던 열을 저녁내 온전히 우리에게 뿜어낼 때 대전의 천들과 도심 속 곳곳에 공원, 그리고 수목원은 자연이 내어주는 시원한 바람 덕에 잠시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다. 결국 사람들은 자연에서 답을 찾는다.

자연이 주는 신비함과 한 여름밤이라는 매력적 주제는 셰익스피어의 펜촉에도 상상의 나래를 불어 넣어줬을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 그 사랑을 반대하고 정혼자와의 결혼을 강행시키는 부모, 그리고 나의 정혼자를 사랑하는 내 친구. 이들이 선택한 것은 사랑의 도피… 이 모든 것이 아침드라마의 소재가 아닌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의 이야기이다. 요정의 숲으로 들어가 그들의 도움을 받는 환상적이며 몽환적인 작품으로 꿈과 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말 그대로 '한여름 밤의 꿈'에 불과한 사랑의 허무함을 풍자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큰 영감을 받은 작곡가 멘델스존은 서곡을 시작으로 총 13곡의 관현악곡을 작곡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연주회에서는 전곡보다 일부 발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여름 밤의 꿈'이 연주될 때 몇 번의 곡들이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요정의 신비로움이 물씬 느껴지는 목가적이며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의 목관화음의 서곡, 관악기들의 힘찬 멜로디가 인상적인 '결혼행진곡'은 단언컨대 필수적으로 선정되는 넘버일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이야기, 그 이야기에 감명받아 극음악으로 작곡된 멘델스존의 로맨틱한 한여름 밤의 꿈. 뜨거운 여름 우리의 가슴을 더 뜨겁게 만들어주는 문화예술과 함께해보는 방법을 제시해본다.

우리 지역에서는 대전시립무용단의 '한 여름밤의 댄스페스티벌'(7월 28-30일)과 대전시립미술관 분수대 특별무대(무료),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의 '우리소리축제, 하하하'(8월 16-27일 큰마당·작은마당, 유료), 대전예술의전당의 '빛깔 있는 여름축제'(8월 12-14일 대전예당 야외원형극장 특설무대, 무료), '대전국제음악제'(8월 16-31일, 예당 아트홀·앙상블홀, 유료) 등 다양한 축제와 행사들이 준비돼 있다. 그간 코로나로 2년간 중단됐던 야외행사들이 눈에 띈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도 관람할 수 있으니 더욱 더 반갑다.

우리의 여름밤을 어떤 문화로 채워 볼까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기고 편안하게 쉬는 여름밤도 좋지만, 우리 지역의 문화가 산책으로 더위사냥에 나서는 것도 우리의 슬기로운 여름나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