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예술단의 역사는 대전시립합창단과 대전시립연정연주단이 맏형으로 1981년 창단 및 개원하면서부터다. 특히 연정국악단은 연정 임윤수 선생의 호를 따 대전시립연정국악연구원으로 개원해 국악 연구의 역할을 해왔다.

2005년 시민회관과 통합하여 연정국악문화회관으로 명칭을 변경, 2015년 연정국악원으로 변경하며 지금의 서구 둔산동 신청사에 입주했다. 어느 덧 개원 7년이 지난 지금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공연장을 칭하고 연주국악단은 공연장의 상주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국악인들이 설 수 있는 번듯한 공연장 하나 없던 대전에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국악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배제 받았던 설움도 옛 이야기다. 현재는 국악원이 공연장 문을 열어 국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어 국악 전용홀에서 대전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하며 성장하고 있다.

최근 연정국악원의 공연들을 들여다보면 국악이 젊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궁중음악의 웅장함을 좋아하는 필자는 정악이나 종묘제례악을 기대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연주일정에서 살펴보다 홍보 이미지에 국악공연이 맞나 싶어 당황스럽기도 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의 기획공연들이 획기적인 느낌이다. 단순히 퓨전이나 대중가수를 협연자로 내세우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연예술에 종사하며 새롭고 참신한 기획과 변화되는 시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으로만 얘기했을 뿐 국악공연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것이 부끄러웠다. 대한민국 사람이 국악의 기본 장단도 모르면서 피아노를 의무처럼 배우고, 서양악기 하나쯤 다룰 줄 알아야 뭔가 수준 높은 예술교육을 받는다고 나 스스로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이다.

국악은 더 이상 도포 자락 속에 숨어 있지 않았다. 최근 연정국악원의 기획공연 중 음악극 '정조와 햄릿', 그리고 판소리 뮤지컬 '적벽'을 보고 적지 않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정조와 햄릿의 삶을 평행이론으로 보여주는 스토리도 신선했지만, 전면에서 극을 이끌던 국악밴드 '상자루'의 풍물과 다양한 국악기의 어울림을 보여준 연주는 작품의 백미였다.

특히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제작해 대전뿐만 아니라, 세종문화재단, 당진문화재단, 경남문화예술회관,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이 업무협약을 통해 우수공연을 선정해 지역 공동 유통을 했다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창작작품이 1-2회 무대 위에 올려지고 사장될 수도 있지만, 공동으로 제작해 유통 판로를 확보한다며 수준 높은 공연을 제작할 수 있는 탄탄한 디딤돌이 돼 주는 것이다.

정동극장에서 제작한 국악 뮤지컬 '적벽'은 판소리 '적벽가'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현대적 무대와 의상, 색깔의 대비 등으로 보여준 미장센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했다. 매 순간 긴장감과 흥겨움이 넘쳐 흘렀고, 삼국지를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판소리만으로도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고 흘러가는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판소리로 합창하는 부분은 명확하면서도 국악 특유의 흥이 넘쳐났다.

세계무대를 장악하는 K-문화의 또 다른 히든카드 국악. 단순히 국악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이 아닌 관객 입장에서 국악이 청바지를 입고 우리 가까이로 다가왔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