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사랑노래''를 다녀와서

지난 5월 17일 토요일 오후 7시....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희생된 귀한 생명들을 애도하고 또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제63회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전반부는 ‘오 쉐난도’를 포함한 미국민요, ‘Sing we and chant it’을 비롯한 영국 마드리갈, ‘Ständchen’ 등 세 곡의 독일 리트, 그리고 프랑스 작곡가 포레의 ‘빌레르빌 어부의 미사’로 구성되었고. 후반부는 한국가곡과 가요, 이탈리아의 예술가곡, 그리고 영국의 현대음악 작곡가 젠킨스(Karl Jenkins)의 ‘Songs of Sanctuary’중 발췌곡으로 꾸며졌다. 여러 시대와 나라의 음악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때로는 청중의 한 사람으로, 때로는 협연자로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정기연주회를 여러 번 경험한 바, 본 합창단의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세련되고도 친근감’을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싶다. 때로는 무반주로, 또 때로는 리듬악기와 함께, 피아노 반주로, 오케스트라 반주 등 청중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오케스트라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김덕규 예술 감독이 직접 곡 해설을 했는데, 어려운 내용을 청중의 눈높이에 맞춰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중고등부와 대학부로 각각 구성되어서 함께 또는 따로 연주를 하는데, 대학부 연주에서는 프로페셔널한 발성과 음악성을, 또 중고등부 연주에서는 너무나도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 제63회 정기연주회에서도 변함없는 감동이 있었다. 특히 필자는 포레의 미사곡에서 오르가니스트로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여성합창을 반주하면서, 본 합창단의 리허설 과정, 연주회 당일의 진행 과정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중고등부 합창단원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리허설에 ‘어른스러운’ 진지함으로 임하였다. 대학부 합창단원들은 후배들에게 여러 면에서 모범을 보여주는 느낌을 받았다. 음악적인 면 뿐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태도, 단체생활에서 마땅히 갖춰야할 여러 가지 사항들을 선배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리허설 과정은 어린 단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음악이 시작되면 한 치의 소홀함도 허락하지 않는 김덕규 예술감독이지만 단원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살피면서 때로는 엄한 선생으로, 또 때론 친구처럼, 또 어떤 때는 마냥 기대고만 싶은 어머니처럼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는 감독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오케스트라 곡들을 모두 암보로 완벽하게 지휘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치게 되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김덕규 감독의 깔끔하고도 명료한 지휘와 정확하고도 감성적인 곡 해석을 좋아하는데 그토록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단한 열정에 놀라울 뿐이다.

대전시의 든든한 지원, 합창단원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과 재능, 김덕규 예술 감독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합창단원들에 대한 사랑, 이에 더해 이들을 사랑으로 바라보는 청중이,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희망이라고 감히 이야기 하고 싶다.

박인숙(목원대학교 음악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