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토), 오후 7시 대전예술의 전당 아트홀에서 열린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제64회 정기연주회는 주제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미 주제를 통하여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다른 두 감각기관을 융합시키는 도전적인 연주회임을 알리고 있고 대전 시민들의 음악적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연주회장에 들어서니 역시 기대대로 여느 음악회 분위기완 사뭇 다르다. 무대 배경은 어둠속에서 빛나는 수많은 작은 빛들과 조명에 의해 그려진 무대 바닥의 컬러풀한 디자인은 연주회를 기다리는 청중들이 일상에서 벗어난, 호기심 가득한 환상적인 합창의 나라를 여행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미 청중들은 합창의 여러 장르를 여행할 준비가 되었고 지휘자의 등장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먼저 흑인들의 애환과 고통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흑인영가의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흑인영가를 무겁고 슬픈 분위기에만 머물게 하는 다른 합창단의 연주완 달리,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은 곡에서 나타나는 흑인 노예들의 현세의 고통을 밝은 미래와 상급을 기쁨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만들어진 승전가는 합창대형을 무대 옆면까지 활용하며 울림을 극대화 시키는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어지는 정치근의 시에 임긍수가 곡을 붙인 옛님은 깊은 가을의 정서에 맞는 지난 추억의 아련함을 젊은이들의 풋풋한 목소리로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으며, 양주동의 시에 박태준이 작곡한 산길은 홀로 산길을 걸으며 느끼는 쓸쓸함과 적막감을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표현으로 산길의 고독한 감정의 주관적 경험을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다보는 듯한 돋보이는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우리의 민요 아리랑과 찬송가 선율의 “Amazing Grace”를 접목시킨 합창편곡은 우리의 민요와 다른 나라의 곡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현대적인 화성으로 새롭게 청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중.고교 및 대학생이 연합을 이룬 여성합창 무대는 우리에게 친숙한 곡들을 다양한 음색을 다루는 엘렉톤과 베이스 기타의 협연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곡에 대한 인식을 더 넓게 확장시켜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곡들의 가사에서 보여주듯이 아름다운 세상과 하나 된 세상을 꿈꾸는 미래를 이야기하며,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노래를 부르는 우리 청소년들을 바라볼 때, 우리 앞으로의 세계가 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성의 곱고 투명한 소리의 연주가 끝나고 이어 남성합창의 무대는 곡의 선택부터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오동동타령, 늴리리 맘보, 대전블루스는 잊혀가는 우리의 옛 가요를 현대적인 감각과 구성진 몸짓으로 재미를 한껏 선사한 무대이다. 어떠한 코미디도 이렇게 격조 있게 즐거움을 선사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1부에서의 다양하면서도 멋진 무대가 있었지만 이날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는 2부 순서가 아닐까한다.

2부의 주제를 담고 있는 영국의 현대음악 작곡가 K. Jenkins의 “Songs of Sanctuary”는 아프리카 원시음악과 그레고리안 선율을 결합하여 9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곡이다. 이번 연주는 그 중 3곡을 발췌하여 들려주고 있는데, 여성들만의 여러 그룹으로 나뉜 대형과 무대 사방에서 비추는 조명의 빛들이 우리의 눈을 고정시키고 있고, 현대화성을 색다른 발성으로 표현하는 기량과 오케스트라의 음향이 곡의 신비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환상적인 무대연출의 중심에는 김덕규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무게가 유난히 커보였던 게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으리라. 새로운 곡에 대한 실험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미래는 분명 밝아보였고 확신을 주는 값진 무대였다.

 

침례신학대학교 심성식 교수

대전일보 2014.12. 4. 리뷰기사